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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활동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 인권을 위한 강의(김동춘) 독후감

by 통합메일 202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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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후 '인권'이란 말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경제5단체장이 국가인권위가 마련한 국가인권 정책 기본계획에 반발하면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이 논쟁에서 재계는 인권위를 비판하면서 공익사업장에서의 직권중재 폐지 등 노동 분야에서 인권위가 건의한 안들이 현실성이 없는 이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해 인권위는 재계의 주장이 오늘날 인권의 세계적 추세를 무시한 채 자본의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여기서 우리는 어느 입장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 재계에서조차 주목할 정도로 인권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인권영역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 정립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재계도 이제 인권에 주목한다. 이처럼 인권은 시민운동가나 전문가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친숙한 것이 되었고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가 되었다.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인권을 현장의 관점에서 알기 쉽게 풀어낸 입문서이다.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 전 현직 소장인 한홍구 김동춘 교수, 그리고 같은 대학 조효제 교수가 엮은 이 책에는 인권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10명의 필자가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 각 분야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인권지식을 알차게 기술한 글들이 실려 있다.

제1부에는 인권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지식을 담은 글들이 실렸다. 김동춘은 한국의 인권이 직면한 문제와 상황을 총체적으로 진단한다. 특히 우리 인권이 걸어온 길을 역사적으로 점검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안보리, 자본주의 논리 유교논리가 지닌 반(反) 인권적 성격을 비판하고 최근 새로 등장한 인권 영역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조효제의 글은 시민사회와 인권의 관계를 다룬다. 필자는 또끄빌의 결사체주의, 그람씨의 문화적 시민사회론, 그리고 7,80년대 라틴 아메리카와 동구 시민사회의 반국가적 저항 등의 역사를 통해 시민 사회의 가치가 인권을 옹호해 왔음을 밝힌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넓은 의미에서의 인권단체이며 감시 주창 혁신 써비스 제공 등을 통관계와 의미를 재정립하면서 우리 인권 현장해 인권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필자의 설명이다. 이영환은 인권과 사회복지에서 소홀히 다뤄진 복지권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국제인권 사회의 인권 동향을 소개하면서 복지권이 추상적 인권을 넘어 인권의 실질적 보장을 마련해줄 차세대적 개념임을 강조한다.

직장에서의 인터넷 감시 통제는 인권 침해
제2부에서는 인권 영역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주로 다뤘다. 허상수는 정보사회의 도래로 등장한 여러 인권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필자는 우선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평등권을 보장해줘야 함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무작위 소프트웨어 단속, 주민등록제도, 스팸 메일 등의 인권 침해적 성격을 비판한다. 특히 직장 내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알게 모르게 실시되는 노동자 감시와 통제는 노동3권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인권 침해임을 알려준다. 조경란은 우리 사회에서 논의된 유가적(儒家的) 인권담론의 의미와 한계를 논한다. 필자는 이러한 동양적 관점의 인권이 덕(德)에 근거한 통치, 정명론(正名論)에 입각한 역할권리 등을 주장하지만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로 추구되어야 할 인권을 인간의 의지에 종속시키는 한계를 드러낸다고 비판한다. 또한 동아시아 시민의 고양된 의식수준에 맞는 논의를 위해서는 가부장적이고 신분 중심적인 동양의 시각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희진은 여성주의 시각에서 발전돼온 인권의 개념을 정리한다. 필자는 차별을 낳는 것이 차이 자체가 아니라 '권력(제도)'임에 주목하면서 인권의 보편성은 사회적 약자에 적용될 때만이 의미가 있음을 주장한다. 가령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 포르노그래피가 가진 표현의 자유권 등은 권력을 가진 남성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라고 필자는 설명한다.

이 땅의 수많은 하리수 씨
제3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글을 실었다. 신원철은 노동자의 인권을 설명하면서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우리에게 권고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위개선 필요성, 국제노동기구가 권고한 공무원 단결권 보장 등을 끊임없이 환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서동진은 성적 소수자 인권의 주요 현안에 관해 설명한다. 성적 소수자 스스로의 투쟁으로 우리 사회의 편견이많이 수정됐음을 강조하면서 필자는 이들의 고용평등 보장, 혼인권리 보장, 공중보건정책에서의 참여 등을 앞으로의 현안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성적 소수자의 결혼과 관련하여 결혼 자체보다도 결혼으로써 취득되는 사회적 권리를 강조한 유럽의 사례들을 폭넓게 소개하면서 조속한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는 또한 최근 하리수 씨의 호적정정 판결을 의미있게 다루면서도 그 판결이 결국 '여성다움'이라는 사회적 성별 통념을 반영한 결과에 불과하며 소수자들의 다양한 성적 자기결정성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의 권리를 다룬 김용득 이동석은 장애인 문제를 개인의 불행으로 접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필자들은 장애인의 욕구를 사회 내에 수용하고 적절한 써비스를 제공하는 데 실패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여러 자료로 입증하면서 각국의 바람직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이 언론에 의해 왜곡돼온 점을 지적하면서 장애인을 인간승리의 상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이분화하는 시각이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적 접촉을 막아왔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은 인권에 대한 추상적 접근을 지양하고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인권문제들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종 사례와 조문 중심으로 집필되었다. 인권이 운동가들이나 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임을 강조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인권문제에 접근하고 인권현장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것이다. 또한 글의 말미에 참고문헌과 생각해볼 거리를 수록해 교육 현장에서 훌륭한 교과서로 쓰일 수 있도록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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