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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활동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독후활동(장 지글러)

by 통합메일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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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책의 시작임과 동시에 책을 관통하는 한 마디이다.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저자인 장 지글러는 기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분석한 뒤,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타파해 나가야 할 지 독자에게 의문을 던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은 누구나 한 번 즈음, 스쳐가듯 생각해 보았으나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았던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나만 해도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심각한 식량난으로 죽어가는 고아들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기아 체험 프로그램에 강제 참여 시켜 쓰러진 일도 있었고, 지원을 위해 편지 쓰기 대회를
실시한다던가 사랑의 빵으로 모금을 했던 적은 수도 없이 있었다. 전 세계적인 식량난 문제와 아프리카 인구를 좀먹는 기아 문제는 내가 학교에 입학하고 10년 간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도 얼굴을 드밀었다. 그럴 때 마다 항상 나는 생각하곤 했다. 내가 이렇게 떡볶이 한 컵, 초콜릿 하나, 가지고 싶던 장난감 하나를 양보해 모은 돈은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 걸까. 왜 매년 나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데도 그 막대한 양의 인구는 늘 굶주릴까. 어쩌면 10년 간 지원하였는데도 문제의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해결의 방향성을 전혀 잘못 잡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대로 계속, 언제 해결될 지 알 수도 없는 기아 문제에 사람들의 시선은 삐딱해져 가는데, 실효성 없어 보이는 지원을 얼마나 더 해야 이 세상의 모두가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더 나은 해결책이 있음에도, 우리의 큰 희생은 피하
고 싶기에 이를 애써 외면하고 그 빈자리에 동정심과, 누군가에게 일말의 도움을 주었다는 빈약한 우월감을 얹어 합리화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장 지글러는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며 목격한 세계를 아주 적나라하게도 분석해두었다. 쏟아지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의 얽히고 섞힌 덩어리들로 인해 읽다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 책이 오랜 시간 가치를 입증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저자가 저명한 교수이며 유엔의 고위 이사이기 때문임이 아니다. 그런 전문가가 목격한 세상의 이면을 '열거'하고 동정심과 연민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더 나아가 2007년에 최초로 간행되었던 이 책이 약 14년이 지난 2021년 현재에도 기아 문제에 파고 드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에서 시사했던 주요 문제점들은 아직 우리의 국제사회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동안의 노력으로 조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이 낮아지고, 굵직한 아프리카 사회 인프라 건설 혹은 전반적 기아 인구의 수의 변화가 있었더라면 이 책에서 분석하고 시사한 내용에 첨언이 있었거나, 개정이 되었을테니. 현재의 내막이 어떠한지 내가 속속들이 알 길은 없으니, 누군가는 그저 내가 염세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이 책을 읽고 가장 처음 느낀 내 첫 생각은 그랬다.
이 책 23장의 제목은 '치유되지 않는 식민지 정책의 상흔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 듯, 장 지글러는 기아 문제는 일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보는 듯 했다. 장 지글러는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영토 전쟁 당시를 설명하며 기아 문제의 근원을 짚고자 한다. 대규모 플랜테이션과 강압적인 산업 혁명이 불러온 국채와 빈곤, 강제 노역, 불평등, 아
프리카에서 현재 진행형인 수많은 내전과 국가 내에서의 갈등, 빈부격차는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는 시각, 나는 이에 동의한다. 강제적 경제 침탈로 인해 원치 않게 대물림이 이어지는 빈곤, 굶주림, 부족간의 갈등은 현재 되돌릴 수 없는 선상에 서있다. 더 이상 국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그로 인해 보장되는 미래도 없기에, 제국주
의 열강에서 패권 강대국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이를 살펴보면, 포스트 식민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일갈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마지막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칼럼을 에필로그에 실으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나는 경제학 분야로는 해박하지 않아 깊은 고찰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장지글러가 인용한 루소의 <사회계약론>의 구절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가 지금 신자유주의를 정확히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는 아무런 개입이 없는 방치가 아니라 '자유'의 보장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저 손을 놓고 보거나 식량과 의료키트를 던져두며 '자유'롭게 두는 것이 기아
문제의 해결로 국제 사회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결코 생각치 않는다. 인프라를 건설하고, 법과 제도로 그들을 보호할 수 있게 하며, 식량을 지원하되 그들이 점점 그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돕는 것이 '자유'의 보장이고 동시에 문제의 해결책이다. 상당히 이상적이나, 이따금씩은 허황된 목표를 향한 열망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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