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에 수시는 끝났다. 예비 추합 발표들이 이어지겠지만 우리반에는 추합으로 구원을 받을 아이는 없다. 다른 반에는 있을 수도 있지. 그리고 전국에 흩어진 무수히 많은 아이들 중에도 있겠지. 최초합이 0에 수렴하는 것은 서울대 정도다. 그 마저도 학과에 따라서는 다른 학교 의대에 밀려서 추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학과들은 추합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학과 전공에 있어서 단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중앙대 미컴 같은 곳은 상위 호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추하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학과 특성상 경쟁률이 너무 세다 보니까 아이들이 그 정도를 상한선으로 써버린다. 즉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원서 지원 포부가 소박할 수록 그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그 뒤에 줄서있는 다른 학생들의 희망 역시 함꼐 동반 소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상위권에 있는 학교들에 추합이 전혀 돌지 않거나 완전히 말라버리는 경우는 있을 수 없겠지만 하여간 학과에 따라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추합을 고려해 원서 전략을 세운다면 이와 같은 학과 특성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능 성적으로 앞에 두고 전략을 짠다. 내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내가 지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나보다 점수가 높은 경쟁자가 몇 명이나 지원할 것인가이다. 정해진 커트라인이라는 게 있는 것은 아니고,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대강의 범위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고,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마저도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학사 합격 예측 프로그램에 기대는 것이 고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눈 가리고 그냥 던지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오차가 커지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무조건 예측 범위의 한 가운데 정도에 던져야 한다. 하지만 그대로 문제가 남는다. 도저히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본인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나온 경우 쓸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의 희망을 기해 보자면, 어차피 예측 프로그램 돌려보면 나오는 거긴 하지만, 예년과 올해 수능의 통계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과연 정말 우리 학교 아이들만 이렇게 못 본 걸까 아니면 전국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그러니까 수험생의 수가 적어서 우리 학교 아이들이 평소보다 낮은 백분위를 받은 것이라면, 그러한 영향은 전국적으로 효과를 발생시켰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원래 60~70% 하던 애가 40~50%가 되었고, 90% 넘던 아이가 80% 중반까지 떨어졌으니, 다른 지역 아이들도 많이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백분위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 학생의 성적이 전체에서 어느 정도에 위치하는지를 알려주는 값이기 때문에 내 백분위가 45%라는 것은 나보다 높은 성적을 가진 경쟁자가 55%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학년도에 비해 2021학년도에는 응시 인원이 63,703명 줄어들었다. 전체 인원은 대략 42만명이다. 55%가 내위에 있다면 그 인원은 20만명을 넘는다. 이것은 실제 응시 결과가 맞다. 원서 접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49만명이었다. 그러니까 결시율이 7만명이나 되는 것이다. 근데 이 정도는 2020학년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원서접수는 근 55만명이었고, 응시는 48만명이었으므로 이때도 마찬가지로 7만 명이 결시했다.
조사하다 깜짝 놀란 사실은 2021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정시 모집 인원이 198개 대학 기준으로 7만 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7만명이라는 것은 42만명이라는 전체 수능 응시 인원에 비하면 16%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것만 본다면 84%보다 낮은 백분위는 4년제 대학에 못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 16%의 인원 중에서 대부분은 이미 수시로 대학에 합격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절대 내신으로 타협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 정도의수능 점수가 나오는 학생라면 내신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을 것이기 때문에 수시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으리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졸업생의 사정은 다르겠지. 졸업생 응시인원은 12만 6천명이다. 전체 응시 인원 중의 30%에 육박한다. 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표준점수 평균이 졸업생이 더 높고, 모든 영역에서 1~2 등급의 비율이 졸업생이 높았다. 1~2 등급은 11%까지의 인원을 의미한다. 42만 명 중의 11%는 4만 6천 명 정도 되는데 이 중의 과반수는 2만3천명 이사이 된다. 그렇다면 이 2만3천 명의 1~2 등급은 대부분 졸업생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이들은 수시를 걸지 않고 수능에 올인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적어도 2만 3천 명의 인원은 결코 허수가 아니라 실제로 인서울권에서 피터지게 싸울 인원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인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정시 선발인원은 6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2만3천명과 6천명의 간극은 참으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를 쓰고 발악해봐야 헛헛할 뿐인가. 그나마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대학별로 대대로 입결이 낮았던 학과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학종과 달리 이제는 정말 전공적합성이라는 족쇄에서 해방됐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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